"드라마 이렇게 막무가내로 찍어도 되나요"…관광객 뿔났다 [이슈+]

입력 2023-05-01 13:28   수정 2023-05-01 14:36



"연예인 촬영 때문에 다수의 관광객이 왜 피해를 봐야 할까요? 관광객들 없는 이른 아침에 와서 촬영하던가, 구석에서 피해 안 가게 해야죠."

최근 박보검, 아이유 주연의 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이 진행된 고창 청보리 축제를 방문한 관광객이 작성한 글 중 일부다. 지난 26일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에는 댓글이 200개 이상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댓글 중 적지 않은 비율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서 유사 피해 고백이 이어졌다.

'폭싹 속았수다'에 앞서 지난 11일 채널 A '하트시그널' 시즌4가 새벽까지 드론을 이용한 촬영으로 주변 주민들에게 소음 공해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만든 주동민 감독, 김순옥 작가의 새 작품인 SBS 새 드라마 '7인의 탈출', 배우 조병규의 복귀작으로 알려졌던 '찌질의 역사' 등도 불법주차, 동선 통제 등으로 '민폐 촬영'이라는 비난받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멋진 장면으로 소개된 장소는 단숨에 관광 명소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잡음과 갈등으로 "촬영팀과 마주치기 싫다"는 '촬영 혐오'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특히 촬영을 위해 시민들의 이동 동선을 통제하거나,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사진과 동영상 촬영 등을 금지하며 강압적인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비난과 반감이 큰 상황이다.

제작사, 방송사에서는 논란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왔다", "불법 주정차하고 있다" 등 과거 통용됐던 막무가내식 촬영에 대한 고발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촬영 관계자들은 "최대한 불편함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일부 사례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분위기를 전했다. 촬영 자체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정식 허가나 승인을 받는 것도 어려워지고, 사유지의 경우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고충도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작의 경우 아예 전용 세트를 짓고 시작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경우 극 중 배경인 오래된 아파트 그린홈의 모티브가 되는 실제 장소는 충정아파트, 회현 시민 아파트로 알려졌다. 하지만 촬영의 90% 이상은 3500평 이상 규모의 세트에서 촬영됐다.

지자체와 협의해 세트장을 건립하고, 이후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영화 '명량' 후속작인 '한산', '노량'을 촬영하기에 앞서 전남 여수에 55억 원을 들여 세트장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6만㎡ 부지에 조선 수군의 본거지였던 진남관과 운주당 처소 등을 실제처럼 재현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문경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 하내리에 방치되었던 폐기물 부지를 드라마 오픈 세트장으로 개발했고, tvN '환혼'을 촬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아예 대전 유성구에 스튜디오큐브라는 수상해양 복합촬영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촬영 스튜디오를 보유한 공공 제작 시설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사례고, 모든 촬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촬영 과정에서 마주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작진이 더욱 섬세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연출가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 중 하나가 장소 섭외를 위한 헌팅"이라며 "마음에 든다고 해도 다 할 수 없고, 요즘은 섭외가 더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 역시 "요즘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장소 섭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유지의 경우 '그대로 복구해주겠다', '조용히 찍고 가겠다', '충분히 원하는 대가를 드리겠다'고 제안해도 '안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관련 계약 사항들도 훨씬 세세하게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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